나에게 주어진 하루.. 의 반이 이미 지나가 버렸다.
이 하루를 얻기 위해 사실 난
‘해야 할 일’과 ‘하고 싶은 일’을 양손에 두고
아주 오랜 시간동안 망설였다.
그 망설임의 시간이 짧아질수록
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짐을 알면서도
난 쉽사리 ‘일’ 놓는 걸 선택하지 못한다.
이럴 때마다
'우리 파랑새(그당시 엄마는 날 그렇게 불렀다)는 늙지도 않것네~
세월 네월~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..
모래알이 싹트냐~ 세월이 좀 먹냐~
우리 딸은 세상 여유로와서 참 좋것다~ ' 하시며
날 보며 속터져 하시는 엄마의 표정이 떠오르곤 한다.
그리고 난 어느새
가꾸어지지 않은 들판을 가로 지르는 울퉁불퉁한 논두렁 길을
휘청거리며 어슬렁 대던 그 날로 돌아가곤 한다.
소리도 없이 피어있던
조그마한 들꽃 옆에 앉아
목 뒤를 쪼아대는 가을 햇살을 느끼며
여름 내내 꼿꼿하던 억새가
하늘 향해 하얗게 붓질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
내 그림자는 해시계가 되곤 했는데...
이젠...
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길도 급하고
바다를 보는 마음도 늘 조급하다.
돌아오는 걸음은 말 할 것도 없이..... ㅠ
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
시간의 감옥에 스스로 갇혀
좁디 좁은 공간안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.
그 감옥의 열쇠를 내 손에 쥐고 있는데도
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채...
오늘은...
손안에 쥐어져 있는 녹슨 열쇠를 꼭 사용해서
이 감옥에서 탈출해 보리라.
비록 탈출이 아닌 짧디 짧은 외출이 될지라도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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