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제 실용고를 다닌 제자의 졸업 쇼케이스에 다녀왔습니다.
중1 겨울이었던가.. 중2 였던가..
교회 반주를 배우러 왔을때는
또래보다 엄청 큰 키에 시크남에 뺀질이였어요..
뭐라 야단쳐도 말 한마디를 지지 않고는 그저 뺀질뺀질~~
연습 안해 왔다고 잔소리 하면
손가락 짧은 스승(ㅠ)을 약올리느라 건반에서 이러고 장난이나 치던.. ㅡㅡ;;
그런데 신기했던건..
가끔 어머님과 통화를 하다보면 어머님이 깜짝 놀라시며
oo이가 선생님께 그런 얘기도 다했냐며
어머님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길 종종 듣긴했죠..
그렇게 몇 개월 배우다 공부를 해야한다고 그만두더니 중 3때 다시 왔어요~ @.@
실용 전공을 하겠다고요..
어머님께 안된다 했습니다..ㅎ
고녀석 그 뺀질거리는 연습량으로는 택도 없다 했습니다.
아무리 고입이라 하더라도 그리 만만치가 않다구요..
그런데 와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을 하길래
"열심히 안하면 짤라 버리겠다!!" 고 엄포를 놓고
본격적인 실용건반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
어라~ "뺀질이가 달라졌어요~ "
이번엔 본인이 해야겠다고 생각해서였는지.. 나름 열심히 하더라구요..ㅎ
그렇게 저랑 입씨름 해가며 공부하던 녀석은 실용고등학교로 가버렸어요.
목적을 이루었는데도 왠지
아직도 익혀야할 기본들이 많은데..
아직 제대로 다 못가르쳐줬는데.. 하는 생각에
뭔가 서운함?과 허전함이 며칠을 가더라구요.
그래도 3년 내내 방학만 하면 꼬박꼬박 톡을 보내던 녀석이었어요..
그것도 한줄 틱!
"선생님 방학했어요"
"선생님 잘 지내시나요"
여전히 시크했지만,
잊지 않고 찾아주는게 고마워서~
방학때면 한번씩 만나 밥도 먹고
여전히 선생티 내느라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도 하며
그렇게 3년을 보내고 졸연을 가서보니 훈남이 되어 있더라구요..ㅎ
어찌 이리도 제 맘이 뭉클하고 뿌듯하던지요..
제가 자리에 와 있는줄도 모르고
어머님이 최쌤 아직 안오셨냐고 찾으시더니
저를 보고는 그녀석이 최쌤 생각을 많이 하는것 같더라고..
선생님께 배운게 도움이 많이 된것 같다고.. 말씀 하시더라구요..
이럴 때 가슴이 제일 벅차오르죠..ㅠㅠ
정작 그녀석은 방학때 한번씩 만나도
감사 했다고, 도움이 많이 된다고..
단 한디도 없었거든요.. 그저 뺀질뺀질~ ㅋ
그 시크남, 뺀질이가..
실용고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간답니다~
3년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
프로듀서 전공이었는데 이번에 멜론에 음원도 하나 올렸더라구요..
한달 뒤에 어학연수 먼저 떠난다고 해서..
가기전에 밥 한번 먹자 했어요~
12월은 한가할줄 알았는데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지만
요 뺀질이랑은 같이 밥 한번 꼭 먹고 용돈 좀 챙겨 보내려구요..
이제는 뺀질이가 아니라
저보다 훨씬 뛰어난 전문가가 될 것 같다는
기대감도 생기고, 흐뭇하기도 하고..
요녀석이 끝까지 잘되는거 지켜 볼수 있겠구나.. 하고 생각하니
뭔가 마음속에 이상한게 흐르네요.. 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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